‘무패 도전’ 고민정 對 ‘설욕전’ 오신환…광진을 ‘한강 혈투’ [총선 빅매치]
  • 구민주·변문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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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을, 민주 36년 연승했지만 지난 대선‧지선서 패배
“일방통행 오신환, 尹과 똑같아” vs “지역 방치 고민정, 평가 받아야”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4‧15 총선 개표가 한창이던 4년 전, 서울 광진을은 전국에서 양당 선거사무실의 불이 가장 늦게 꺼진 지역 중 하나였다. 개표율 90%에 이르도록 500표차 피말리던 승부가 벌어지던 곳. 고민정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꺾고 승리 소감을 밝힌 건 이튿날 새벽 4시에 이르러서였다. 이들 간 최종 득표율 차는 불과 2.55%포인트, 단 2746표로 희비는 엇갈렸다.

선거 때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한강벨트’(마포‧동작‧용산‧성동‧광진), 그 가장 동쪽에 위치한 광진을은 이번에도 어느 지역보다 빠르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선을 노리는 고 후보에 맞서 오세훈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가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도 접전을 예상한 양당은 빠르게 두 후보를 단수공천하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일대일 대진표를 확정지었다. 오 시장의 패배에 대한 ‘대리 설욕전’이자 사실상의 ‘리턴매치’가 펼쳐진 셈이다.

역대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광진을은 두말할 것 없이 민주당의 ‘텃밭’이다. 선거구가 신설되기 전 성동병으로 분류되던 1988년부터 무려 36년간 민주당이 내리 깃발을 꽂았다. 이는 곧 민주당으로선 반드시 사수해야 할 지역이며, 반대로 국민의힘으로선 이길 경우 1승 이상의 의미를 얻게 되는 지역임을 의미한다.

다만 4년 전 득표율차를 비롯해 최근 흐름을 봤을 때 더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단적으로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은 연이어 국민의힘 후보(대선 윤석열‧구청장 김경호)의 손을 들어줬다. 한강변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수세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특징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대결 구도가 확정된 후 발표된 여론조사는 없지만, 이번에도 한 자릿수 팽팽한 접전이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사저널 양선영

“개발 잘해줄 후보로” “정권 견제 해야지”

시사저널은 총선을 36일 앞둔 지난 5일 광진을 관할구역 내 지하철역‧전통시장‧대학가 등을 찾았다. 주민들 사이에선 인근 지역에 비해 더딘 지역 개발에 대해 아쉬움이 이어졌다. 다만 현역 고 후보의 의정에 대한 평가와 심판 대상에 대한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역에서 5년간 공인중개사로 활동해 온 6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주변에 잠실이나 성수동은 눈에 띄게 발전했는데 그에 비해 광진은 수년 간 계속 낙후돼 있고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도 별로 없다”며 “그래서 주변에서 ‘이번에 사람 한번 바꿔보면 좀 달라지지 않겠냐’는 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역 지상철 아래로 사람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역 지상철 아래로 사람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지역의 숙원 사업인 ‘2호선 지상철 지하화’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제기됐다. 자양동 토박이 50대 남성 정아무개씨는 “(고민정 의원 이전에 이곳에서 5선을 지낸) 추미애 때부터 계속 얘기는 나왔는데 지금까지 전혀 공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원도 지자체도 정부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민주당도 텃밭이라고 너무 마음 놓고 방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양시장 개선‧평생학습센터 신설 등 지난 4년간의 변화를 언급하며 고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자양시장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60대 김아무개씨는 “시장이 확실히 정비가 됐고 시장 앞에 학습센터도 만들어서 노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지상 철도에도 방음 장치 설치해서 소음도 확 줄여줬다”며 “국회에서 나름대로 과감하게 목소리 내고 있고 민생 문제도 곧잘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견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구의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국가고시 준비생은 “성인이 된 후 대선 등 세네번 정도 투표를 했는데 그때마다 좀 더 마음이 가는 정당 후보로 번갈아 찍었던 것 같다”며 “지역 문제에 대해선 솔직히 정확히 모르겠고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특별히 잘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양쪽 후보가 비슷비슷한 상황이라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당이 이기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고 밝혔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시사저널 최준필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시사저널 최준필

“시정 경험 적극 활용” vs “지역 애정으로 맞춤 개발”

팽팽한 접전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두 후보 간 신경전도 불꽃 튀었다. 5일 자양사거리를 끼고 약 200m 거리에 위치한 고 후보와 오 후보 선거사무실을 연이어 찾았다. 두 후보 모두 주민들의 민원을 충분히 경청한 후 맞춤형 공약을 완비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이 지역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행정’ 경험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적극적인 개발로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 상권 발전을 동시에 노려 배드타운화된 광진을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되는 ‘텃밭’이었다보니, 지역을 위해 일하는 데 안일하고 소홀했다”며 “이젠 주민들 제대로 비교하고 일꾼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민들께서 이번엔 반드시 민주당의 일방독주를 끊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만 지역을 챙기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일을 할 것이다. 사람을 바꾸면 광진도 바뀐다”고 포부를 밝혔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로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5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반면 고 후보는 지난 4년간 주거·교통·교육 분야에서 ‘광진 주민 맞춤형’ 개발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핵심 공약으로 ‘서울 동부권 교통허브 구축’을 내세웠다. 수서역 SRT 노선을 강변역까지 끌어올려 복합 환승 센터를 만들어 상권을 살리고 ‘메가 복합’ 개발을 가능케 한다는 입장이다.

고 후보는 인터뷰에서 “제가 진행한 모든 사업의 우선 조건은 ‘주민 맞춤형’이었다. 주차장부터 화장실 설치 등 지역에 깊은 애정이 없으면 알 수 없는 작은 것들까지 세세히 챙겼다”며 “광진에 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오 후보는 무조건 개발만 외치며 말뿐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처럼 주민과 소통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아닌, 꼼꼼함과 끈질김으로 광진 개발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결과에 대한 예측에 있어선 양측 모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 후보는 “수도권은 1% 싸움이다. 여전히 선거는 박빙이고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며 “방심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끝까지 뛸 것”이라고 말했다. 고 후보 역시 “지금 결과를 예측하는 건 정말 무의미하다. 선거는 진다고 생각하는 쪽이 이긴다. 절박함의 싸움”이라며 사즉생의 각오를 내비쳤다.

5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5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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